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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_문화

면세점 명품, 국내 매장 AS 거부

by 성공의문 2010. 7. 27.





해외나 면세점에서 구입한 고가의 명품들이 국내 매장에서는 AS가 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올해 해외 여행객은 하루 평균 10만601명으로 지난해 9만459명보다 무려 1만 명 이상 늘어났다. 해외 소비도 지난해보다 33% 증가한 48억4200만 달러(해외 사용 신용카드 집계)로 여행객들의 쇼핑도 덩달아 느는 추세다. 

ⓒ 우먼타임스
여행객이 쇼핑을 많이 하는 것은 면세점은 명품을 백화점보다 20% 이상 저렴하게 판매하고, 해외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면세점 매출은 2004년 17억 달러에서 2005년 20억 달러, 2006년 26억 달러(약 2조2000억원)로 상승하고 있다. 구입은 늘어나고 있지만 이에 따른 AS 대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소비자단체에서는 면세점 AS에 관한 상담을 접수 중지만 아직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은 상태. 그 때문에 해외여행 중에 구입한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인터넷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소비자들이 호소하는 것은 매장에서 AS를 거절당해 사설 업체에 수리를 맡겨 국내 매장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지출했다는 것이다. 보통 명품은 구입한 지 1년이 안 돼 하자가 발생하면 전액 무상 수리를 원칙으로 한다. 

해외에서 구입한 상품들의 AS가 불가능한 것은 "수입 업체가 다르기 때문"이란 것이 국내 매장의 설명이다. 면세점과 백화점에 입점해 운영하는 회사가 달라 동일 제품이어도 AS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품 보증서에서는 이같은 사실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구찌, 프라다, 루이비통 같은 일부 고가 명품들은 보증서만 있으면 세계 어느 매장에서도 AS가 가능하다. 홍콩에서는 보증서만 있으면 구입처와 관계없이 전 매장에서 AS가 가능하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명품이 오직 구입 매장에서만 AS가 가능해 조속한 개선이 필요하다.

소비자들도 면세점이나 해외에서 사면 '무조건 더 싸고, 고가품이라 AS가 잘될 것' 이라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확실한 AS를 담보로 하는 것이 명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요령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해외에서 쇼핑할 때 국내보다는 싸다는 이유로 무조건 사고보자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면서 "구입시 보증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AS가 되는지를 확실히 따져보는 것이 현명한 소비 습관"이라고 충고했다. 

피해자 불만 속출 "AS체계 일원화" 한목소리


▲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일부 명품상품은 국내 매장AS가 힘들다. 해외쇼핑이나 면세점을 이용할 때 보증서를 확실히 살펴보고 AS처를 확실히 알아봐야 한다.
ⓒ 우먼타임스

직장인 A씨는 인천공항에 입점한 L면세점에서 선글라스를 구입했다. 선글라스 액세서리가 떨어져 면세점 계열
사인 L백화점의 매장에서 AS를 의뢰했다. 그러나 'AS가 불가'라는 답이 돌아왔다. 업체 쪽은 "같은 회사 제품이라 해도 면세점 상품은 AS가 안 되니 인천공항 면세점으로 택배로 보내야 한다"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 

면세점에서 구입한 상품 AS가 힘들어 소비자의 불만이 높다. 면세점 매출은 2004년 17억 달러에서 2005년 20억 달러, 2006년 26억 달러(약 2조2000억원)로 급성장하지만 사후 서비스는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면세점에서 구입하는 것은 대부분 고가의 명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세심한 AS를 기대하고 구입한다. 그러나 면세점의 일부 제품은 오로지 구입 매장에서만 AS가 된다. 

명품 브랜드 '코치'는 면세점에서 구입하면, 국내 매장에서 AS가 안 된다. 면세점에 입점해 매장을 운영하는 회사와 국내 매장을 운영하는 회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면세점에서 코치 가방을 구입한 한 소비자는 "지퍼가 고장 나 백화점 매장에 가 AS를 의뢰했더니, 사설 수리 업체 전화번호를 가르쳐주면서 그쪽으로 가보라고 안내하더라"며 어이없어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사설 업체에 수리를 맡기면서 6만원의 수리비를 내야 했다. 

한 푼이라도 싸게 사려고 면세점에서 구입한 것이 고장이 나면 오히려 지출 부담만 느는 것이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알마니 시계도 면세점에서 구입한 것은 국내 매장에서 AS를 받기가 곤란하다. 알마니 시계를 포함한 명품 시계, 주얼리 등은 다양한 업체에서 병행 수입하기 때문에 구입 매장이나 전문적인 수리 센터에 맡겨야 한다. 

명품 브랜드 '에트로'도 면세점 제품은 하자가 발생해도 국내 매장에 수리를 요구할 수 없다. 에트로를 수입하는 면세점 회사와 매장 회사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면세점의 모든 제품이 AS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루이비통은 면세점에서 구입해도 모든 매장에서 AS가 가능하다. 까르띠에, 에르메스, 구찌 등도 동일하게 AS해준다. 이런 브랜드는 다양한 업체에서 수입하지만 전 세계 모든 매장에서 AS가 가능하다. 하지만 버버리, 크리스챤 디올, 페라가모 등은 면세점에서 구입한 상품은 일반 매장에서 AS가 안 된다. 

AS가 어렵다는 점을 업체들이 소비자에게 알려주지 않는 것도 문제다. 품질보증서에는 "해당 매장에서 AS가 가능하다"고 명기되어 있지만 표현이 모호해 소비자가 가늠하기가 힘들다. 

이런 지적에 업체도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명품 수입 업체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이나 해외, 면세점에서 제품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면서 AS 체계에 혼란이 오고 있다"면서 "같은 제품이라 해도 다른 회사에서 수입한 것은 타사 제품이나 다를 게 없다. 우리도 AS는 아웃소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5월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명품을 구입하는 곳은 백화점(40.3%)과 면세점(33%), 독립 매장이나 멀티숍(10.9%), 유명 인터넷 쇼핑몰(9.9%)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이 면세점을 이용하는 만큼 AS 체계의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최근 해외 여행객이 늘면서 면세점 구입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소비자의 불편을 파악해 AS 체계를 일원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소비자 불만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자칫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