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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_문화

독일과 한국의 교육과정 비교 그리고 미래전망

by 성공의문 2011. 12. 21.
"지금 한국 교육으론 자본주의 위기 넘을 힘 못만들 것"
 
[獨 미래학자 호르크스 인터뷰]

"최고가 아니면 낙오되는 건 지속가능하지 않은 시스템
공부 잘하는 학생은 복종 잘하는 사람일 뿐… 성적은 인간을 다 반영 못해"

독일의 저명한 미래학자 마티아스 호르크스(Matthias Horx)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가올 미래와 관련, "자본주의 4.0시대, 즉 미래 사회에서는 지식을 아는 것보다 지식과 정보를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급변하는 미래에 자본주의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교육에 있다"고 말했다.
 
호르크스는 6일 본지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의 교육시스템은 사무실과 공장에서 경쟁적으로 일을 하던 산업화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의 한국 교육으로는 자본주의 위기를 극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르크스는 "초등학교 때부터 극심한 경쟁을 시키는 한국식 교육에서는 최고가 아니면 기회를 놓치고 낙오한다"며 "서구의 기업들도 지금 학교 성적이 한 인간의 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경우 모든 학생이 똑같은 목표(대학 진학)를 향해 달려가는 지나치게 단순화된 교육 모델에 머물러 있다"면서 "다양한 재능과 능력을 가진 학생들에게 '다양한 트렉(진로)'을 만들어 줘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게 자본주의 4.0시대에 맞는 교육"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주입식 위주 교육이야말로 자본주의 3.0시대 교육의 '우울한 단면'이라고 비판하면서 "문제풀이에 매몰돼 있는 교육은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객관적 사실과 공식은 인터넷에 널려 있고 이런 정보를 얻는 것은 앞으로 더 쉬워진다"면서 "학생들을 그런 단편적 지식을 묻는 것으로 평가한다면 미래사회의 변화추세와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은 구태의연한 정답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영감과 질문을 던져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복종 잘하는 사람' '제도에 순응 잘하는 사람'을 의미할 뿐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광고·디자인·기술 등 미래의 창의적 산업분야를 이끌어 갈 인재는 꼭 학교 모범생 출신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호르크스는 "학교가 꾸준히 개혁·개선될 때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교육이 그 사회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다"면서 "단, 교육시스템이 소수의 부자(富者)들에게만 유리하게 작동하지 않고,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되고 창의적인 교육 콘텐츠가 제공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교사가 지식전달자에 그친다면, 미래의 사회는 암울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의 (상당수) 교사들은 아이들 재능을 키우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아이들 재능을 다 망치고 있다"며 "교사는 아이들에게 호기심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1955년 독일에서 태어난 호르크스씨는 '자이트' '템포' 등 잡지 편집장을 지낸 저널리스트출신 미래학자다. 1996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미래연구소'를 설립하고 현대사회의 메가 트렌드 등을 연구하고 있다. 휴렛페커드·유니레버·인텔·노키아 등 글로벌 기업을 컨설팅했다. '미래에 관한 마지막 충고' '미래에 집중하라' '위대한 미래' 등의 저서가 있다.

선택폭 넓은 독일, 대학 외길 한국… 1인당 GDP는 獨이 두 배 더 높아  

강한 국가, 행복한 개인 만드는 독일 교육 시스템
직업학교서 월급 받으며 공부… 대학 진학률 36% 불과해도 막강 기술자들, 경제 버팀목

독일 함부르크주 '직업준비학교'(중학교 과정)에 다니는 율리안 라이라우(14)는 2년 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이 학교로 전학 왔다. 대학에 가기 위해 인문계 진학 과정인 '김나지움'에 입학했지만 공부가 싫어 성적이 바닥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금 라이라우의 꿈은 '호텔리어'다. 이 학교에서 두 차례 현장 실습한 호텔리어의 일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는 지금 유명 호텔에 취직하겠다는 꿈을 안고 외국어·와인 공부를 한다. 낙제생이었던 라이라우는 이 학교에서 우등생이 됐다.

유로(EURO) 사용 국가들이 최근 경제위기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지만 독일은 오히려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9월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5% 성장했고 실업률은 0.1%p 감소한 5.8%, 수출은 전년 대비 12% 증가해 사상 최대 기록(1조750억유로)을 세웠다. 독일의 1인당 GDP는 4만631달러, 우리나라(2만591달러)의 두 배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독일이 유럽 최강(最强)의 위상을 지키고 있는 비결은 뭘까. 전문가들은 훌륭한 인적자원을 키워내는 '다(多)트랙 교육시스템'(그래픽)을 꼽는다.

 
독일은 초등학교 4학년 이후 적성에 따라 대학에 진학할 건지 직업 교육을 받을 건지를 선택한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적성과 재능을 찾을 때까지 지원하는 교육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적성에 안 맞으면 언제든 다른 방향으로 진로를 바꿀 수 있는 유연성도 갖추고 있다. 특히 '직업준비학교→직업학교→마이스터'로 이어지는 직업 교육시스템을 통해 길러진 막강 기술자들은 지멘스(전기전자회사), 벤츠·BMW·폴크스바겐(자동차회사), 티센크루프(철강회사) 같은 세계 굴지 기업들을 일궈냈고 지금도 독일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독일의 청년실업률은 9%로 스페인(45.7%)의 5분의 1 수준이다. 이처럼 낮은 실업률 역시 직업학교 시스템 덕이다. 학생들은 직업학교를 다니면서 특정 회사에 임시 고용돼 월급을 받으며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 독일은 대학 교육을 사실상 무상으로 실시하지만 대학 진학률은 36%에 불과하다. 우리나라(80%)는 물론 일본(48%), 미국(64%), 영국(61%)보다 낮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하 수준이다.

함부르크 '한델스카머(상공회의소)'의 토마스 쉬어베커씨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독일 엔지니어 중 대학 졸업자는 30% 정도"라며 "독일에서는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자신이 가진 기술을 연마하고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존경을 받는다"고 말했다.

독일 교육이 지금 같은 형태를 갖춘 것은 1939년. 독일 방식도 반발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함부르크주의 경우에는 2년 전 한국식의 '통합 교육'을 도입하기로 결정했었다. '김나지움+레알슐레+하웁트슐레'를 모두 합한 형태인 '프리마스쿨'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한 학부모가 "공부를 잘하는 애들은 못하는 애들과 분리돼 각자 수준에 맞게 공부해야 효율이 극대화된다"며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수십만명의 학부모들이 서명운동에 동참했고 결국은 '주민투표'까지 시행됐으며 이 투표에서 이겨 '프리마스쿨'은 백지화됐다.
-출처: 조선일보. 2011.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