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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G20은 거짓말 회의 - 세계 언론 평가

by 성공의문 2008.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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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금융정상회의를 갖고 5개 원칙과 47개 중단기 실천과제에 합의하고 공동성명을 채택했지만 이에 대한 각국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성명서는 추상적인 내용을 담는데 그쳤으며 구체적인 진전 사항도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유럽 언론은 날을 세웠다. 유럽 국가들이 규제 강화와 국경을 초월한 규제기구 설립을 추진했지만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한데다 신흥경제국에 주도권을 빼앗길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겹친 탓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일간지인 '라 리퍼블리카'는 G20 정상회의를 "거짓말 회의"라고 몰아붙이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 신문은 "G20이 던진 유일하게 확실한 메시지는 새로운 세계질서의 탄생"이라며 "국제통화기금(IMF)의 재편을 가능케 하는 현금을 쥔 곳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밖에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탈리아의 일간지 '라 스탐파'도 "옛 유럽이여 안녕"이라는 말로 재편된 G20 구도에서 유럽의 영향력 약화를 우려했다.

알맹이 없는 회의 결과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는 "필요한 첫걸음이긴 했지만 전 세계 금융 구조를 개선하기에는 여전히 온건한 접근"이라고 평했다. 영국 옵서버도 "회의에 참가한 어떤 정상도 최근 몇 년간 국제체계를 왜곡시킨 거대한 자본의 흐름을 길들일 의지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언론도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회의 내용이 대체로 '약속'에 그쳤다"고 했으며 뉴욕타임스는 "민감한 결정은 내년으로 미뤘으며 의미 있는 결정 사항은 없었다"고 했다.

합의의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상회의에서는 중동 산유국과 중국 등 현금 보유량이 많은 신흥경제국의 IMF 기여를 늘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마누엘 바로소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신흥국, 특히 중국에 IMF의 지분을 양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이어 IMF 지분 2위국인 일본은 구제기금 확충을 위해 1,000억달러를 추가로 출연하겠다고 밝혔지만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G20정상회담에 참석한 이브라힘 알 아사프 사우디 재무장관은 15일 로이터와의 회견에서 "사우디의 IMF 추가출연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사우디의 IMF 지분은 3.16%로 중동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중국은 정부 차원의 반응은 없지만 보유 외환을 국내 경기부양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같은 실망을 반영한 듯 세계 증시는 G20 정상회의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회의 종료 후 처음으로 개장한 중동 시장에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두바이 증권거래소에서는 5.9% 하락한 1981.44로 마감, 4년 만에 처음으로 2000포인트 아래로 떨어졌고 사우디 아라비아 거래소에서는 55년 이래 처음으로 5000 이하로 추락했다. 인도 뭄바이 증시도 전일 대비 1.0% 하락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c)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