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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안철수가 왜 양강구도 프레임에 집착하고, 1:1 토론에 집착했는지를 보죠.

안철수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가 선명성입니다.
그는 선명성이 약해요.
보수도 진보도 아니고 좌파도 우파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 선명성이 약하다는 점, 즉 모호성은 의도된 모호성입니다.
충성 지지층이 약하고 지역 기반도 약하다는 점을 확장성으로 커버하려는 전략이죠.
즉 확실하게 나를 지지해줄 사람을 만들기보단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적게 만드는 쪽을 택한겁니다.
그래서 양강구도 프레임을 구축하면, 선명성이 없어도 사표 방지 심리가 지지율을 올려줄거라 본겁니다. 

문제는 이런 스탠스에서는 토론회에서 뭔가를 확실하게 말하기가 어려워요.
문재인이나 유승민, 심상정, 하다못해 홍준표만 해도 토론회에서 머리 아플게 크게 없습니다.
그냥 본인이 준비해온 본인 정책을 이야기하고 평소의 본인 스탠스를 이야기하면 됩니다.
근데 안철수는 그럴 수가 없어요.
진보적인 발언을 하면 TK와 노년층, 보수적 중도층 표가 이탈합니다.
보수적인 발언을 하면 호남과 청년층, 진보적 중도층 표가 이탈합니다.
 
결국 그는 문재인과 홍준표, 유승민, 심상정이 동시에 있는 다자간 토론에서는
계속해서 모호한 발언만 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재인과도 차별성을 둬야하지만 홍준표/유승민과도 차별성을 둬야 하니까요.
 
문제는 다자간 토론회에서 다른 사람들은 명확하게 자기 소신을 이야기하는 가운데에서
한 사람만 회색지대를 형성하고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으면
아무도 그런 사람을 토론을 잘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토론회에서 완전히 주도권을 빼앗기고 선명성이 강한 양 진영의 사이에서 들러리로 전락하기 십상이죠.
 
그래서 홍준표, 유승민 같은 기존 보수측 후보를 빼버리려고 하는 겁니다.
이 때는 선명성을 위해서 하나만 신경쓰면 되니까요. 문재인과만 다르면 됩니다. 문재인과의 차별성만 있으면 선명해보여요.

하지만 그건 결국 허상이었고 현실은 어쨌든 다자구도가 지속되어 다자간 토론에 임하게 됐죠.

자, 그럼 이번엔 유승민과 홍준표의 전략을 봅시다.
이들은 어차피 본인들이 이번에 대통령이 되기 힘든걸 본인들도 알아요.
이들이 대선에 출마한 목적은 대통령이 되는게 아닙니다.
와해된 보수층을 결집시키되 본인이 그 구심점이 되어서 
최소 재건된 보수 정당의 당권을 쥐고 최대 다음 대선에서 진짜로 대권에 도전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들의 목표는 보수층 결집이죠.
그런데 여기서 가장 걸림돌은 다름아닌 안철수입니다.
 
어차피 문재인 지지층에 보수는 적습니다. 
사실 따져보면 문재인은 보수층 결집과는 별 관계 없는 사람이예요.
문제는 보수도 아니면서 이상한 양자대결 프레임으로 보수층 표를 잠식하고 있는 안철수입니다.
그러니까 안철수 표를 빼았아 와야해요.
그리고 그런 입장에서, 홍준표와 유승민 모두는 안철수의 치명적인 약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보수 진영 후보로서의 선명성이 없다는거.

고로 이들의 전략은 다음과 같이 좁혀집니다.
1. 일단 문재인을 공격해서 보수층의 환심을 산다.
2. 문재인과 본인의 대립 구도를 확실히 만든 다음에 안철수를 공격해서 그가 보수 진영 후보로서의 자격이 없음을 드러낸다.

이 전략이 오늘 토론에서 매우 잘 드러납니다.
유승민과 홍준표 모두 오늘 토론에서 공격 순서가 동일하게 다음과 같았죠.
유승민은 북한 주적 언급 문제를 위시로 한 색깔론으로 문재인을 공격한 뒤, 햇볕정책 계승 문제로 안철수를 공격합니다.
홍준표 역시 색깔론으로 문재인을 공격한 뒤, 대북송금과 박지원을 근거로 안철수를 공격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역시 누가 문재인을 더 강하게 공격하느냐입니다. 색깔론으로.

유승민과 홍준표는 색깔론으로 문재인을 계속 몰아갑니다.
듣는 입장에선 구태정치의 표본이고 프레임 씌우기의 전형이지만 문재인을 빨갱이라 생각하는 보수층 입장에선 속이 시원하겠죠.
근데 안철수는 색깔론 공새에 끼어들지 못 합니다. 왜? 호남에 적을 둔 국민의당이니까. 당대표가 박지원이니까.
그럼에도 어쨌든 문재인을 공격해야 하긴 하니까 국민을 적폐세력이라 했다는 둥, 지지자들이 극성이라는 둥 트집을 잡긴 잡는데
보수층 입장에서 보세요. 안철수의 공격은 그들에게 큰 관심사가 아닙니다. 그들에게 가장 잘 먹히는건 여전히 색깔론이예요.
여기서 일단 안철수는 지고 들어갑니다. 그들이 원하는 말, "문재인은 빨갱이다"를 안철수는 해 주지 못하니까요.

여기서 다음 단계로, 바로 안철수 역시 색깔론 프레임에 엮습니다.
햇볕정책 계승할 것이냐? 당대표가 박지원인데 박지원은 대북 송금의 장본인 아니냐?
안철수는 속시원한 대답을 못 하죠. 그래서 어물거립니다. 공도 있고 과도 있다.... 장점은 인정해야 한다.... 의도는 좋지 않느냐.....
네. 문재인만큼은 아니지만 안철수도 이미 색깔론에 걸려든겁니다.
보수층이 보기엔, 북한을 주적이라 하지 않는 문재인만큼이나 햇볕정책을 포기하지 못하는 안철수도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결정타가 발생하죠.
보다못한 문재인이 끼어들어서 햇볕정책을 옹호하며 안철수 후보를 도와줍니다.
요약하자면, 문재인이 안철수를 옹호해 줍니다.
햇볕정책이라는 주제가 언급되면서, 오늘 토론에서 유일하게 1:4 구도가 아니라 2:2 구도가 형성이 되어버린거죠.
이걸 기존 보수층이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이게 오늘 토론의 요약입니다.
오늘 토론에서 문재인이 일방적으로 공격당한 것 같지만,
실상을 놓고 보면 문재인을 공격한 것은 심상정 하나입니다.
나머지 셋, 즉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은 겉보기엔 문재인을 공격한 것 같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가누가 문재인을 잘 공격하나를 통해 "누가 진짜 보수 후보인가" 경쟁을 한 겁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안철수는 완전히 밀려버린거예요.
그 결과, 여론조사에 따라서는 박빙 수준까지 문재인을 따라잡았다고 하는 지지율 2위 후보가 정작 토론에서 완전히 존재감이 지워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토론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는 겁니다.
문재인이 1:4로 다굴을 맞았다? 물론 문재인 지지자 입장에선 답답하고 화가 나죠.
하지만 잘 생각해보세요. 이건 정말 긍정적인 지표입니다.
1:4 구도. 어라? 양자대결구도 어디로 갔나요? 양강구도 어디로 갔나요?
오늘 토론을 보면서 이번 대선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대결이구나. 양강구도로구나라고 느끼신 분 계십니까?

이게 바로 오늘 토론의 결과이고 소득입니다.
양강구도는 깨졌어요. 오늘 토론을 본 사람들 뇌리 속에서 양자대결 프레임은 완전히 산산조각 났습니다.
그나마 토론 내용으로만 보면 차라리 문재인과 유승민이 양자대결 같고,
그나마 홍준표는 이성적 토론을 포기한 대신 기존 보수층, 특히 노년층에게 먹힐만한 막말이라도 시원시원하게 던졌죠.
안철수는 무얼 얻었습니까? 차라리 심성정처럼 확실한 진보 성향 어필을 한 것도 아닌데,
보수 진영 후보로서의 어필은 유승민과 홍준표에게 밀리고, 
그토록 집착하던 양강구도만 깨졌습니다.

어차피 문재인이 1:4로 두들겨 맞았다고, 그러다보니 일정부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문재인 지지층에서 빠질 표는 없거나 있어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반면 오늘 "누가 진짜 보수 후보인가" 경쟁의 결과는 꽤 클겁니다.

감히 앞으로의 여론 추이를 예측하건데,
안철수의 TK와 보수측 표는 확 빠질겁니다.
그리고 그 표는 유승민이나 홍준표로 이동하겠죠.
아마 TK와 보수층의 성향으로 볼 때 그 중에서도 홍준표로 이동할 가능성이 가장 높구요.

그리고 여기 계신 문재인 지지자분들은 다들 아실겁니다.
양강구도가 무너지만 누가 가장 이득을 봅니까?
- ​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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