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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어제 안철수 후보가 불편했나?


1. 어제 많은 사람이 황당했을 것이다. 혹은 당황했거나(국민의당, 안철수 지지자) 그 이유는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주제와는 상관없는 "내가 갑철수입니까?"를 반복해 묻고 연이어 "내가 MB 아바탑니까?"라고 물었기 때문일 것이다.


2. 안철수 후보는 서울대 의대를 나왔고,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 선구적 프로그래머이자 안랩의 대표이사였다. 또한 단국대와 카이스트를 거쳐 서울대학교에서는 융합과학대학원 원장까지 지냈고, 공당의 대표였으며 현재는 유력한 대통령 후보이기도 하다. 나이도 결코 어리다고 할 수 없는 50대의 중년이다. 그런 사람이 머리가 나쁠 리도 없고, 사람들과 대화하지 않고 살았을 리도 없는데 그가 말하는 방식은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모두를 황당하게 만들었기에 토론 직후 패러디물이 쏟아져 나왔다.


3. 문재인 후보와의 끝장토론을 주장하던 안철수씨는 지난번 토론에서도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번 토론 기회가 그걸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을 테고, 회심의 한방을 준비했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토론의 주제와는 다소 동떨어지더라도 자신이 준비한 '한 방'을 날리고자 애썼던 것 같다. 지적도 당하고 제재도 당했지만 별로 상관 않고 밀어붙인데서 알 수 있다.


4. 안철수 후보가 준비한 쎈 거 '한 방'은 질문의 형식을 띠었다. 형식은 질문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질문이라고 할 수 없고 추궁追窮이라고 해야 한다. 추궁이란 "잘못한 일에 대하여 엄하게 따져서 밝히다."라고 사전에 설명되어 있다. 그는 질문 형식의 추궁을 통해서, 자신을 갑철수라고, MB의 아바타라고 하는 세간의 평에 대해서 반박의 근거를 제시할 필요도 없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깔고, 당신의 지지자들이 나를 그렇게 말했으니 당신에게 그 죄를 묻겠다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되치기 한판을 노렸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완전히 잘못 계산된, 번지수를 잘못 찾은 코미디가 되고 말았다. 이런 식의 추궁은 추궁을 받는 당사자가 직접 한 말이 아니면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안철수는 그렇게 거세게 몰아붙였을까?


6. 어떤 사람이 말하는 방식은 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말해준다. 안철수의 질문, 그것은 순진한 질문이었지만 기실은 힘과 위계에 바탕을 둔 전형적인 '갑의 언어'였다. 무언가 학생이 잘못했을 때 선생님은 "아무개야 너 이거 잘못했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선생님이 이거 하라고 했어요 말라고 했어요?"이런 식이다. 이게 가벼운 추궁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선생님이 학생에게, 직장상사가 부하직원에게, 형사가 범죄피의자에게 이런식으로 질문의 형식을 빌어 추궁을 한다. 여기에는 권력관계가 가로 놓여있다. 게다가 추궁받는 상황이 이미 잘못을 했다는 전제를 깔고 있으므로 질문을 받는 당사자는 얼른 시인하고 사죄하는 수 밖에 없다.


7. 어제 황당했던 것은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 사이에 그런 위계가 성립하지 않는데, 안철수가 그런 위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아마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옳고 상대가 그르기 때문에 자신이 알량하나마 도덕적 우위에 있다고 판단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게 단 둘이 하는 대화도 아니고 무려 생방송 대선후보 TV 토론이 아니었던가?


8. 물고기가 물 밖을 나온 경우를 생각해보자. 물속을 그렇게 빨리 이동하던 물고기가 이동하기는 커녕 숨조차 쉬기 어려워 아가미만 뻐끔거린다. 그의 언어 습관은 "갑질의 바다를 헤엄치던 물고기의 호흡"과도 같다. 갑으로서 을을 상대하는 경우가 아닌 한, 그의 언어는 미숙하다. TV토론은 시청자인 국민이 갑이 되고, 후보자는 을이 되는 게임이다. 이걸 모르는 그를 보는 건 불편하다. 그는 어제 스스로 '갑철수'로 살아왔음을 입증했다. 그가 윽박질렀을 수많은 그의 직원, 대학의 제자, 정당의 당직자, 보좌관들이 머리에 스치운다.

이형열 페이스북


··········



대한민국 엘리트의 민낯 - 어제 안철수의 토론을 지켜보며, 많은 분들이 의아했을지도 모르겠다. 서울대 의대 출신에, 한국 최초의 IT 스타, 한국인 최초의 부부 동반 카이스트와 서울대 교수, 게다가 대선후보까지. 대한민국 최고의 스펙을 가진 진골 성골 엘리트의 민낯이 어처구니 없게 초라했기 때문이다.


나는 안철수 개인을 문제 삼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오늘날 그를 만든 한국의 엘리트 생산시스템은 문제 삼아야 한다. 어제 우리가 목격한 안철수의 모습은 우리 주변(적어도 내 주변)에서 너무 비일비재 목격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정치인으로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5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유아론적 과대망상에 빠진 이 인물은 대한민국의 학벌주의가 만들어낸 역작이다. 서울대 의대 출신이라는 것만으로 대부분의 인간적, 사회적 검증을 무사통과하고, 컴퓨터 전문가라는 이유로 철학도 비전도 없는 미래담론을 브랜드로 장착할 수 있었다.


이름만 있고 내용은 없고, 이미지만 있고 실체는 없는 가상의 엘리트(virtual ellite)는 우리 사회 곳곳에 포진해있다. 단언컨대 교수, 의사, 공학자들의 상당수가 고속성장시대에 시험과 학벌 이외에는 어떤 단련도 검증도 거치지 않은 신기루 엘리트들이다. 물론 나도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


자기 전문분야 외에는 참담할 정도로 무지하고, 사회적 소통능력은 전무하고, 윤리적으로 아둔하지만 스스로 자신을 검증하고 성찰할 기회 자체를 박탈당해 자신의 진짜 모습에 무지할 수 밖에 없는, 그래서 대통령도 노벨상도 원하기만 하면 가질 수 있다고 믿는 성장불능자들이다.


이건 단지 개인의 문제만은 아닌 것이 스스로 성장을 멈추지 않고는 시스템에서 살아남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제나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로 머물러야 생존 자체가 가능했을테니까.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요구를 단 한번도 거스른 적 없는 착하고 똑똑한 엄친아, 엄친딸. 우병우, 조윤선이 아마 그랬을거다.


물론 서울대 출신 중에는 치열한 단련과 처절한 자기성찰의 과정을 거쳐 존경할만한 공적 인재로 성장한 분들이 있다. 그들 덕분에 조국의 미래를 보려면 눈을 들어 관악을 보라는 경구가 영 엉뚱한 소리로 들리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의 비율은 나날이 줄어들고 빈껍데기 가상 엘리트들의 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도 사실이다.


학벌 자체를 문제 삼아 서울대 혐오를 부추기자는 것이 아니다. 본격적으로 공적 인재에 대한 담론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는 거다. 서울대라는 이름이, 대입성적이, 고시패스가 인간의 자격에 대한 유일무이한 잣대로 군림하는 세상의 비극을 끊어낼 본격적인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는 거다. 자기망상에 빠진, 체제의 가여운 피해자이며 동시에 생각없는 가해자인 그들의 영혼을 구제하는 차원에서도 말이다. 안철수는 자신이 망신을 당하는 이유조차 모르고 있을거다 아마.

Moon-Jung Bae 페이스북


··········



철수형의 말과 행동은 유아적이다. 상대방이 하는 말은 듣지 않고 본인이 하고싶은 말만 하고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엔 답하지 않고 귀를 막는 것을 보면 그가 유아적 마인드의 소유자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행동을 우리는 눈가리고 아웅이라고 한다. 술래잡기를 하는데 자신의 눈을 가리고선 내 눈에 안보이니 상대방도 못보겠지라고 생각하는 유아적, 자기중심적 행동에 다름아니다.


나약하게 보이지 않겠다고 하면서 꽈체를 구사할 때 조사를 생략하는 것도 베이비 토킹의 일종이다.


그가 가끔 소리치면서 양팔을 뻗을 때 말의 내용과 팔을 뻗는 타이밍이 일치하지 않는 것도 유아들이 말할 때 자주 볼 수 있는 행태 중 하나다.


어제 문재인에게 자신이 이명박의 아바타냐 갑철수냐며 호소한 것도 안철수의 유아적 마인드를 그대로 드러내주는 에피소드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며 코끼리를 생각하게 만든 어리석음도 우습지만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싶다고 해서 그걸 이야기 할 상대로 자신의

제일 큰 적이라 할 수 있는 문재인을 고른다는건 쓴 웃음이 나오는 동시에 안철수의 유아적, 자기중심적 마인드를 다시 한번 그대로 드러낸다.


유아적 마인드를 지닌 사람이 유치원 문제로 침몰하게 됐다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어찌 보면 운명적인 일로 느껴진다. 누구보다 어른스러울 것 같은 사람, 그래서 청년들의 멘토로 전국을 누비며 대선후보로까지 떠오른 사람이 알고보니 누구보다 어린 아이같은 사람이었다. 이게 우리나라의 정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건 아닐까?


만일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하면 이명박, 박근혜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그럴 가능성은 거의 닫히고 말았다. 애초부터 불가능한 구도이기도 했지만, 스스로 약점을 너무 많이 노출해버렸다.


다만 그가 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 간에 그가 간크나이트로서 우리나라 정치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만은 확실하게 인정한다. 그가 없었다면 민주당은 여전히 내부총질러들에게 허덕이면서 힘겨운 대선을 치뤄야만 했을 것이다. 이제 박영선마저 내부총질은 커녕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고 있다. 안철수가 없었다면 있을 수 없었던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안철수에게 감사하는 부분이 있다.(농담아니다)


나는 그가 선량한 사람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적 선량함과 좋은 지도자의 자질이 직결된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가 우리의 지도자로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그의 유아적 마인드까지 고려하면 그의 선량함은 오히려 그를 나쁜 지도자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


유치원으로 완전히 주저앉은 그를 저격할 생각은 더 이상 없다. 대신에 박영선에 대한 저격을 준비 중이다. 그녀가 지금처럼 행동한다면 나는 그녀를 저격하지 않을 것이다. 준비하고 있는 총과 총알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단 한번이라도 그녀가 내부총질을 한다면 나는 그녀를 끌어내리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공개적인 경고라고 생각해도 좋다. 나는 진심으로 그녀를 저격하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녀가 민주당의 일원으로서 내가 10년간 거주한 지역구의 국회의원으로서 좋은 의정활동,정당활동을 해주기를 바란다. 진심이다. 하지만 그녀의 말과 행동을 늘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줄요약 : 늘 지금처럼


P.S : 다음 글은 문자폭탄이라는 말이 왜 개같은 소리인지 왜 그 말을

입에 담는 정치인은 정치인 자격이 없는지에 대한 얘기다.


··········



상담관련 공부를 해서인지 대선 TV토론도 자꾸 주고 받는 내용보다는 사람의 심리적 상황을 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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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볼 때 안철수는 자신이 준비한 뭔가를 잘 질문했다고 생각하면 꽤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토론'하러 나왔다기 보다는 자기가 준비한 ‘공격'을 멋지게 하기 위해 나온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거 박근혜도 똑같다. 기자회견이나 이런 거 지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말 하러 나온다. 그리고는 다하고 나서 뿌듯해하며 질문도 안 받고 총총총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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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보면 안철수 이 사람은 상대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다. 그러니 나오는 대답도 피상적인 것만 나온다. 그마저도 ‘내가 이렇게 멋지게 대답하면 화면을 통해 보는 사람들이 감탄하겠지? 나는 뛰어난 사람이니까…’같은 마음 가짐으로 대답하는 것 같다.

그러니 자주하는 대답이 '국민이 아십니다!'같은... 말은 (지 기준에서)멋있는데 의미는 전혀 알 수 없는 대답을 던지는 거다. 나르시즘에 빠진 에고이스트? 이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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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는 MB아바타, 갑철수 질문 준비하면서 문재인을 꼼작 못하게 하는 카드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그마저도 문재인이 잘 대처해버린다.

문제는 느닷없는 유승민의 공격에서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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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은 박지원이 전북 정읍에서 유세발언하던 이야기를 묻는다.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초대 평양 대사는 박지원이고 유승엽은 장관이라는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다.

거기에 안철수는 정치인으로서는 대단히 보기 힘든 반응을 드러낸다. ‘그만 좀 괴롭히십시오!’라고 말한다. 그리고 ‘유후보님, 실망입니다.’같은 말을 꺼내놓는다.

아마 박지원과 엮이기 정말 싫은 것 같다. ‘안철수 찍으면 박지원 상왕된다’같은 말이 정말 아프고 싫은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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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을 보면서 유년기나 청소년기에 실패의 경험과 그것을 잘 극복하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절히 깨닫는다. 실패라고는 모르고 승승장구 했던 안철수가 정치판에 들어와서는 문재인이라는 강력한 라이벌(순전히 지 혼자그렇게 생각하겠지만)이 생겨 번번히 밀렸다. 그러니 문재인이 참 싫고 미운 거다.

사실은 박지원이라고 좋은 것도 아니다. 다만 문재인이 더 싫을 뿐. 

유승민이 그 부분을 건드려서 오늘 뻥~터졌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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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남았는데 앞으로 또 뭘 보여줄지 흥미진진한 사람이다.

김민성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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