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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_문화

채소, 야채? 이제는 남새, 푸새로

by 성공의문 2013. 1. 8.


인기 만화가 허영만 화백의 ‘식객’은 전국에 있는 먹거리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재미를 풍성하게 담아 인기를 끌었다. 그 내용 중에는 청정 지역이자 소박한 맛이 일품인 강원도 음식에 대한 얘기가 많다. 식객의 서른다섯 번째 얘기인 ‘남새와 푸새’는 주인공 성찬이 강원도 지역의 산나물을 찾는 과정을 실감나게 그렸다.


여기서 나오는 남새는 밭이나 들에 심어 가꾼 나물이고, 푸새는 산이나 들에서 저절로 자라는 나물이다. 곧 푸새는 자연에서 저절로 얻어지는 나물을 이른다. 이 푸새에 대한 얘기는 고전에서 종종 접할 수 있다. 사기(史記)의 백이전(伯夷傳)에 보면 중국 주(周)나라 무(武)왕이 은(殷)나라를 토벌하자 백이와 숙제는 신하가 천자의 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신의를 저버린 짓이라며 평생 수양산에 들어가 나물만 캐어 먹다 죽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들이 굶주려 죽을 즈음에 노래를 지었는데, 고사리를 캐며 불렀다 하여 ‘채미가(采薇歌)’라 한다. “그가 저 서산에 올라 고사리를 캐도다. 모진 것으로 모진 것을 바꾸고도 그것이 잘못인 줄 모르도다. 神農(신농)의 소박함과 禹夏(우하)의 사람이 하루아침에 없어지고 말았으니 나는 어디로 돌아갈거나. 아아 슬프다. 이젠 가리라 운명의 기박함이여”


훗날 채미가는 사육신의 한 사람인 성삼문의 시문에 다시 등장한다. 성삼문은 수양대군이 조카인 단종을 폐위시키고 스스로 왕위에 오르자 “수양산 바라보며 이제를 한하노라/주려 죽을진들 채미도 하난것가/비록애 푸세엣것인들 귀 뉘따헤 낫다니”하며 왕위를 찬탈한 세조와는 한 하늘아래 살 수 없다며 단종복위를 꾀하다 죽음을 맞게 된다. 충절과 지조의 상징으로 부활한 것이다.


요즘 이 ‘푸새’가 강원도 산에 지천이다. 이를 계기로 지난 주말부터는 도내 곳곳에서는 산나물 축제가 열리고 있다. 철원 산두릅 축제는 이미 시작됐고, 곧 삼척 하장 두타산 산나물 축제를 비롯 평창과 정선의 곤드레 축제, 청춘 양구 곰취축제, 인제 진동계곡 산나물축제, 홍천 백두대간 산나물 축제 등 ‘푸새의 축제’가 절정에 이르게 된다.


충절과 지조를 상징하는 푸새가 청정 강원도의 가치를 높이고 지역주민의 소득증대에 한몫을 하고 있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