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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차이나불링의 역사와 사례

 중국은 자국의 핵심 이익이 위협받게 되면 주변국가에 경제적 보복을 가하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음

- 수 천년간 아시아의 맹주로 군림했던 중국은 뿌리 깊은 중화(中華)사상을 내재하고 있음. 중화사상의 핵심은 ‘중국, 또는 중국인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것인데, 주변 타 국가에 대한 민족주의적 우월감을 바탕으로 함. 중화사상의 토대 위에서 중국은 오랜 시간 동안 주변국들에 부모 혹은 형제의 도리를 요구해 왔고, 이를 거부하는 국가는 무력으로 굴복시켰음. 주변국과 정치∙외교적 마찰이 발생할 때마다 경제적으로 보복하는 중국의 보이콧 외교 행태를 ‘차이나불링(China Bullying)’이라 통칭함

- 근대(近代) 들어서도 상하이 지주들이 난징조약에 항의하는 의미로 외국인에 대한 토지임대를 단체로 거부한 바 있으며(1843년), 중국인 부두 노동자들이 청프전쟁의 상대국인 프랑스 국적의 선박 수리를 거부하며 집단 파업하기도 했음(1884년). 중국 공산당은 자국 내 정치적 불만을 해소하거나 무마하는 수단으로 종종 차이나불링을 활용해 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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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중국의 경제·외교적 위상이 급상승하면서 차이나불링의 빈도와 강도는 점점 강해지는 추세임

- 한국,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노르웨이 등 서방 국가들도 빈번히 차이나불링의 대상이 되고 있음. 차이나불링의 빌미는 중국 내 소수민족(달라이 라마), 반체제 인사(류샤오보) 문제부터 접경 지역의 영토 분쟁(댜오위다오)이나 군사적 갈등(사드)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함. 정부의 비공식적인 지시를 통한 관광객(유커) 제한, 상대국 제품에 대한 통관∙수입 제한이나 불매 운동, 상대 국가에 대한 원자재 수출 금지 등과 같이 반(反)시장경제적 수단이 많이 활용됨

- 티베트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달라이 라마와 관련하여 심심찮게 차이나불링이 발생하기 때문에 ‘달라이 라마 효과’라는 신조어까지 생김.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안드레 푸스 수석연구원 등은 2010년 논문에서 다른 국가의 지도자가 달라이 라마를 접견했을 때 해당국과 중국 간 교역이 2년간 최고 8.1% 위축된다는 실증 결과를 발표. 푸스는 “중국의 경제적 징벌은 국내 정권 안정이 주는 정치적 이득이 경제교류 위축에 따른 손실을 넘을 경우에 만연한다”고 분석


<최근의 주요 차이나불링 사례>

국가

연도

제재 사유

주요 제재 수단

프랑스

2008

달라이 라마 접견

에어버스 150대 구매계약 취소 위협

일본

2010

2012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분쟁

희토류 수출 중단, 관광 제한, 

자동차 등 일본산 불매 운동

노르웨이

2010

류샤오보 노벨평화상 수여

연어 수입 금지, 비자면제 취소

영국

2012

달라이 라마 접견

80억 파운드 투자계획 철회 위협

필리핀

2012

남중국해 영토분쟁

관광 제한, 식품검역 강화

베트남

2014

남중국해 영토분쟁

베트남 기업 사업입찰 금지, 

농산물 통관 강화, 관광 제한

대만

2016

차이잉원 총통의 대중 강경책

관광 제한

몽골

2016

달라이 라마 초청

국경통과 차량에 통관세 신설

한국

2016

사드 배치

관광 제한, 

사드부지를 제공한 한국기업(롯데마트) 영업정지 등



2. 국가별 대응 유형

 (백기투항형) 차이나불링으로 피해를 보게 된 자국 기업들의 로비 및 여론 압박에 밀려 중국의 요구를 빠르게 수용하는 유형

- 2008년 12월,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접견하고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는 프랑스 시위대가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자를 습격. 이에 분노한 중국인들이 까르푸 등에 대한 불매 운동 돌입, 중국 정부는 150대 규모의 에어버스 구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위협. 프랑스 정부는 이듬해인 2009년에 티베트가 중국의 영토라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며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

- 2012년 5월, 영국 캐머런 총리는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우려에도 불구하고 달라이 라마 접견. 중국은 크게 반발하며 고속철도, 원자력 발전 등에 관한 80억 파운드 규모의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언급. 영국은 중국의 제재 초기에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듬해인 2013년 리커창 총리와 접견 후 티베트가 중국 영토라는 공식 성명 발표


 (읍소무마형) 차이나불링으로 인한 피해를 감수함과 동시에 중국 측에 불가피한 상황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는 유형

- 2016년 11월, 몽골은 2006년 이후 10년 만에 달라이 라마 초대. 중국은 몽골 국경 통과 차량에 통관세 부과, 전기공급 중단, 차관 지급 연기 등 다양한 경제적 압박을 가함. 티베트 불교의 한 분파인 몽골 내 불교 신자들이 달라이 라마를 추앙하고 있어 중국의 압박에 전적으로 굴복할 수 없다는 것이 몽골 정부의 딜레마. 그해 12월 몽골 외무부는 중국에 사과를 표명하고, 현 정부 집권기간인 2020년까지는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선에서 마무리

- 2016년 7월, 한국은 주한미군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공식 발표. 중국은 한한령(限韓令, 한류금지령)과 더불어 한국행 관광상품 전면 금지, 사드부지를 제공한 롯데(롯데마트) 영업금지, 한국산 배터리 탑재 차량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제외 등으로 보복. 한국 정부는 민관채널을 총동원하여 한국의 안보 상황에 대한 양해를 구하고, 3不정책(사드 추가 배치 배제, 미국 주도 MD체계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을 구두로 밝히면서 중국 측과의 갈등 봉합


 (정면대응형) 차이나불링에 굴복하지 않고 중국과 정면 대결을 통해 자국의 원칙을 고수하는 유형

- 2012년 4월, 필리핀 군함이 중국과 영토분쟁 중인 남중국해 스카버러섬(중국명 황옌다오)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을 단속. 중국은 초계함을 파견하여 군사적으로 대치, 이후 중국인의 필리핀 관광을 중단시키고 필리핀산 바나나 수입 금지. 필리핀은 오히려 미국과 합동군사 훈련을 시행하고, 2013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국제중재재판소에 회부하여 승소

- 2014년 5월, 중국이 베트남과 분쟁 중인 시사(파라셀) 군도에서 석유시추 공사를 강행하면서 양국 함정이 2차례 충돌하는 등 첨예하게 대립. 중국 함정은 베트남 순찰함을 향해 물 대포를 발사했으며, 양측 배가 수 차례 충돌하면서 인명피해 발생. 베트남은 해군 함정과 경비대 초계함 등 29척을 급파했으며, 인명피해 발생 후에는 대규모 반중시위가 벌어지면서 베트남 내 중국 및 대만기업에 직간접적인 경제적 피해 발생


 (와신상담형) 차이나불링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새로운 판로 개척이나 기술개발을 통해 지혜롭게 만회하는 유형

- 2016년 5월, 대만 민진당 차이잉원은 총통 당선 후 중국 공산당의 ‘하나의 중국’ 원칙에 반대하며 대만의 독립을 강력히 주장. 중국은 즉시 자국민의 대만 관광을 제한했고, 이로 인해 대만 관광객의 40%(’15년)를 차지하던 유커가 급감하면서 대만의 관광 수입에 큰 타격. 대만 정부는 태국, 한국 등을 대상으로 비자 면제, 판촉 확대 조치를 취하며 새로운 관광객을 유치했고, 페이스북에 “중국 관광객이 오지 않으니 안정이 찾아왔다”는 도발적인 홍보 문구를 게시하며 일본 관광객 유치에도 총력. 이 같은 노력으로 2016년 대만을 찾은 관광객은 중국 관광객이 16.1%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년비 2.5% 증가했으며, 이 중 동남아시아 관광객은 16%나 증가. 이후에도 차이잉원 총통은 ‘신남향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전반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최근에는 동남아 지역의 무슬림 관광객 유치에도 민관 합동의 노력 전개)

- 2010년 9월, 일본은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에서 시위하던 중국 어선을 나포하고 선장을 송치. 중국은 각종 전자기기의 핵심 원료로 사용되는 희토류의 대일본 수출을 전격 중단했으며 중국 내 대대적인 반일시위로 일본계 기업의 경제적 손실 발생. 일본은 인도, 베트남, 호주 등으로의 수입다원화를 통해 90%에 달했던 대중국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대체 및 재활용 기술 확보에 매진. 그 결과 일본의 희토류 중국 의존도는 절반 정도로 떨어졌고, 중국산 희토류 가격 하락으로 중국도 손해를 봄. 또한 희토류 문제로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승리하면서 중국에 불공정 국가의 낙인을 찍음. 이후 일본은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통해 해외투자 다변화에 나서면서 중국의 추가 경제보복에 대비(일본의 대중국 투자는 2015년 U$65억에서 2016년 U$31억으로 절반 이하로 감소)

- 2010년 10월, 노르웨이 노벨평화상 위원회는 중국 랴오닝성 진저우시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반체제인사 류샤오보를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 중국은 노르웨이에 유감을 표시하며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제한했고, 노르웨이의 중국 연어시장 점유율은 90%에서 30%대로 급락. 노르웨이는 EU, 한국 등 신규시장 개척과 홍콩과 베트남 등을 통한 중국시장 우회 수출 확대로 대응. 양국 외교관계가 회복된 2016년까지 중국의 노르웨이 연어 수입금지 조치가 6년이나 지속됐음에도 노르웨이의 연어 수출액은 연간 U$65억 수준을 유지하는 데 성공


3. 향후 전망

 일각에서는 제반 여건에 비추어 중국이 더 이상 차이나불링을 남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음

- 시진핑 주석의 주변국 외교의 큰 줄기인 주변국과 친하게 지내고(親), 성실하게 대하며(誠), 혜택을 나누고(惠), 포용하겠다는(容) ‘친성혜용 (親誠惠容)’ 원칙에 정면 배치. 차이나불링은 정치적 이유로 무역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한 WTO 규정에 위배되며, 현재 중국이 미국, 유럽, 일본을 상대로 쟁취하고자 하는 WTO의 시장경제지위 획득에도 걸림돌이 됨. 파이낸셜타임즈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세계적 권위지들이 차이나불링을 비판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으며, 중국 내부에서조차 거영국(巨嬰國, 덩치만 큰 철부지 어른 국가)이라는 비판 제기

- 글로벌화된 국제경제 구도하에서 차이나불링의 효과는 단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중국에도 손해가 될 수 있음. 차이나불링은 상대국에 대한 실질적인 경제 손실보다는 국제 정치에서 갖는 선전 효과, 즉 ‘중국이 싫어하는 일을 하면 이렇게 벌을 받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변국을 길들이려는 목적이 더 큼. 일례로 2012년 센카쿠 분쟁으로 중국 내에서 격렬한 일본산 불매 운동이 발생해 일본 차 수출이 32% 감소했지만 바로 한 해 뒤 정상 수준으로 회복


 그러나 작금의 동북아 정치∙경제 지형도에 비춰 볼 때, 한국을 타깃으로 한 주변 강대국들의 경제적 괴롭힘, 즉 불링 발생 가능성은 매우 높음

- 중국은 미국과의 정치적‧경제적 패권 경쟁이 심해짐에 따라 한국을 엉뚱한 화풀이 대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큼. 중국은 외교적 영향력이 강하거나(미국), 대체 불가한 기계 장비 등을 공급하거나(독일), 거대한 시장잠재력이 있는(인도) 국가는 어쩌지 못하고, 그 외 경제적‧외교적으로 만만한 국가에 불링을 가하는 경향이 큼. 사드 사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수출입 대상국이기 때문에, 한국은 앞으로도 새로운 차이나불링의 희생양이 될 공산이 큼

- 전 세계적인 ‘스트롱맨’ 전성시대에 중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러시아 등도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 새로운 불링의 주체로 나설 가능성이 있음.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한국산 철강, 가전제품 등에 대해 보복성 경제 제재를 노골화하고 있으며, 일본 아베 정권도 자국 우익 정권의 결속을 위해 위안부 문제 등을 빌미로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에 나설 유인이 있음. 러시아의 푸틴 정부도 장기집권 유지를 위한 국내 정치 안정용으로 예상치 못한 엉뚱한 이유를 빌미로 한국을 괴롭힐 가능성이 있음


 자국 이기주의의 확산과 맞물려 전통 강대국 외에도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불링의 주체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

- 새롭게 각광받는 무슬림 시장, 즉 중동과 동남아의 이슬람 국가들은 종교, 인종, 외교 등의 이유로 언제든 새로운 불링의 주역이 될 수 있음. 무슬림의 종교적 전통을 무시하거나 자극하는 행위는 이슬람권 전체의 반발과 함께 한국 기업에 대한 과격한 불매 운동으로 전개될 위험성이 큼. 최근 UAE 정부는 한국 정부와의 원전 계약과 군사협력의 신뢰가 흔들릴 조짐을 보이자 단교 가능성까지 흘리며 크게 반발한 바 있음

- 전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고 국가 간 이해가 복잡해질수록 보호무역의 포장을 쓰고 갖가지 형태의 불링이 만연할 것으로 보임. 국제 사회의 합의와 규범보다 극단적인 자국 이기주의를 중시하는 경향은 언제든, 어떤 형태로든 불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큼. 전 세계의 권역별 패권경쟁이 심해질수록 고래 싸움에 피해 보는 새우처럼 엉뚱한 불링의 유탄을 맞을 수 있음


4. 시사점과 대응방안

 민간 기업이 주도적으로 차이나불링을 막을 방법은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사후 대응방안 모색은 반드시 필요

- 차이나불링은 기본적으로 국가 간 정치‧외교적 갈등에서 촉발되는 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관련 기업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특징이 있음. 경제적 보복의 당사자인 기업 입장에서는 매출 위축, 원자재 공급 단절, 현지 불매운동 및 공격적 테러 등의 피해를 떠안아야 함

- 차이나불링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일부 기업들은 새로운 판로 개척과 기술개발로 전화위복의 전기 마련. 중국 사드보복으로 유커가 50%가량 감소하자 한국의 관광, 면세점, 화장품, 식품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고, 롯데마트는 중국사업 철수 상황에 직면. 반면 와신상담형 케이스, 즉 대만 관광업계, 노르웨이 연어양식 업계, 그리고 일본의 전자업계는 내실을 다지고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 


 기업 차원에서 차이나불링의 예상 원인과 시점을 미리 점검하고, 주요 사업별 리스크 검토 및 사전∙사후 대비책 정비 필요

- 우선 전사 차원에서 ‘차이나불링 종합 대책’을 수립하여 불링의 원인, 형태, 피해 규모, 대비 방안 등에 대한 시나리오 검토 필요. 불링의 위험성과 영향도가 큰 사업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대응책 추진

- 사전 예방책을 통해 불링의 타깃이 될 위험 최소화 필요. 중국 현지에서의 사회공헌 활동과 대정부 활동, 우호적인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친(親)중국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것이 중요. 또한 현지 업체들과의 밸류체인 결속을 사전에 강화해 놓으면 중국 당국의 불링 손익계산을 복잡하게 만들어 불링을 억제하는 효과 기대

- 차이나불링 시나리오별 사후 대비책 마련을 통해 피해 최소화 필요. 단기적으로는 한국 정부의 지원과 해결 노력을 촉구하고, 당장의 매출 손실과 생산 차질을 수습할 수 있는 비상계획의 차질 없는 이행 중요. 중기적으로는 본사 및 세부 사업부별로 중국에 대한 매출 및 소싱 의존도 실태를 파악하고, 과도 의존부분에 대해 수출 및 구매선 다변화로 리스크 분산 필요. 장기적으로는 대체불가한 고품질 제품과 차별화된 솔루션을 지속 확대함으로써 불링의 희생양이 될 위험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 가장 중요

-출처: 포스코경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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