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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딴 델 왜 가?"

어느 날 회의 중이었어. 천호선 전 대표가 당선된 직후였지. 당대표 일정을 보고 있는데, 이런 목소리가 들렸어.

"그 딴 델 왜 가?"

"그 딴 델 왜 가?" 

"그 딴 델 왜 가?"

천호선 대표가 당선 후 첫 방문지를 봉하로 잡았거든. 응, 그 딴 데는 '봉하'야. '내가 잘못 들은 걸까?' 역시나 나는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지.

천호선 대표가 누구야? 참여정부에서 대변인으로 일했던 분이고,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전직 대통령이니 충분히 방문할 수 있는 거잖아? 한 때 모셨던 분이니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다잡으면서 말이야. 실제로도 열심히 잘 하셨고. 그리고 이 당은 노무현의 아이들인 참여계가 창당 주체로 참여한 곳이니까.

갈 만한 곳이라 생각해 별 생각없이 다음으로 넘어가는 내 귀에 저런 말이 들려왔다고 어떤 심정이었겠냐고.

노무현이 싫을 수 있어. 그런데 전직 대통령 묘지가 '그 딴 데'야? 공식적인 회의자리에서, 심지어 노무현 키즈인 내 앞에서 저 따위 말을 내뱉어야 하는 걸까?

나는 그랬어. 정의당 창당 발기인에서 지금까지 오면서 인천연합도, 통합연대도 함께 할 수 있어서 다 감사했다. 

저 말을 듣기 몇 주 전인가 나는 이런 말을 했었어. "유시민도 있고, 노회찬도 있고, 심상정도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평소 존경하던 분들과 한 당 안에서 일할 수 있어서 좋아요."

응, 맞아. 나는 참 순진했지.

내가 정의당 안에서 두번째로 '이게 뭔가? 우리는 정말 함께 갈 수 없는 걸까?' 의심하게 된 사건이었어. 몹시 상처도 받았지. 이렇게 생각하면 돼. 하얀 도화지에 검은 먹물이 덕지덕지 뿌려졌다고.

모르겠어. 당신들에게는 신자유주의자에 실패한 대통령인지 몰라도 나에게는 내 인생을 건 사람이야. 노무현을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시민'이 됐다고.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내 이웃도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좋은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었다고. 나에게는 그런 사람이야. 제2의 아버지라고. 굳이 심중의 말을 그렇게 뱉어야겠어. 그리고 돌아가신 분을 그렇게 모욕해야겠어?

응, 그 딴 델 가야지. 당신들이 함께 당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뿌리가 거기니까.

내가 들은 말이 있어서 하는 말인데.. 만약 내 글에 발끈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범인'이겠지? 과하게 대응하는 사람을 보면 '아, 너구나.' 하면 돼. 그리고 내 글로 인해 문제가 생긴다면 이렇게 생각하면 돼. 정의당 메갈 사태는 당원 개개인의 신념과 가치의 차이로 싸우는 것이기 때문에 공적인 영역이라 볼 수 있다면, 이건 당직자 누군가의 밥그릇 문제이기 때문에 공적 영역을 빙자한 사적 영역의 일이고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 우려가 더 크다라고.

진보는 그래 왔어. 자유당부터 새누리당을 거쳐 한국자유당에 이르기까지 적폐 세력과의 전투의 역사였지. 이건 인정. 그리고 존경해. 그런데 지금의 모습은 어때?

이 시대의 진보에게 내가 좋아하는 니체의 말을 들려주고 싶어. '네가 심연을 들여다 보면 심연도 너를 들여다 본다.' 깊은 어둠과 싸우는 이들에게 자신들이 싸우는 그 괴물을 닮아가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얘기야.

결국은 본인들이 맞서 싸우던 이들의 모습을 꼭 닮아가는 법이니까..


··········


"참여계 니네 창녀 짓 했잖아."

글쎄, 어떤 짓이 창녀 짓인지 나는 모르겠어. 나는 그저 국민참여당 출신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소속 당원으로서 열심히 활동했던 날들이 평생 간직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은 사람일 뿐이야.

그런데 저런 말을 들었지. 저 발언에 대해 내가 조금 이야기를 해 볼까 해.

내가 정의당에서 일할 때 말야. 나는 정의당 부설 진보정의연구소, 현 미래정치센터에서 근무했고, 정의당 공채 1기로 햇수로는 3년을 근무했었어. 아무튼 내가 정의당에서 일할 때, 이러저러한 내 뿌리에 대한 모욕들을 많이 들었어.

모르겠어. 그들에겐 뭐가 그렇게 내 뿌리가 분노스러운 것이고, 비하하고 싶은 대상이 되는 것인지. 다시 말하지만 나는 참여계 출신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노무현을 존경하고, 유시민을 사랑해. 내 뿌리는 친노고, 친유야. 그걸 내가 부정할 생각도 없지만, 누군가에게 부정당하고 싶지도 않아.

많은 사건들이 있지만 내가 진보라는 인간들에게 완전히 마음을 닫은 날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해.

어느 날 내가 정의당 대표 정치인과 술을 마셨어. 그 자리는 그 대표 정치인의 주변인들과 참여계인 나 혼자만 참석한 조촐한 자리였지. 그 정치인이 누군지는 말하지 않을게. 이 당에 대표 정치인이라고 해봐야 둘 밖에 없으니 알아서 잘 추즉해봐.

그 자리는 내가 그 대표 정치인과 관련된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이러저러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어. 나는 솔직히 정의당에 들어와서 그 대표 정치인들과 함께 일하게 돼서 참 기뻤어. 평소 좋은 정치인들이라고 마음속으로 존경해 오고 있었거든. 어리고 순진한 마음에 유시민도 있고, 그 두 대표 정치인들도 있으니 그저 고맙고 좋았어. 아마 지금도 몇몇 참여계들은 그런 마음일거라고 봐.

그 자리에서 술을 먹다가 어떤 주제가 나왔는데 그 때 뜬금없이 분노를 담은 목소리가 들려왔어.

"참여계 니네 창녀 짓 했잖아."

나는 솔직히 정말 어이가 없었다. 갑작스레 참여계 이야기가 나올 자리가 아니었고, 어떻게 저런 표현을 함부로 나불댈 수가 있는지도 의문이었지. 한동안 멍하니 앉아 충격을 감당하고 있어야 했어.

참고로 그 사람은 술도 안 취하고 멀쩡한 정신에 한 말이었어.

이왕 말 꺼낸 김에 다 얘기해 볼게. 대화의 주제는 인천연합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나는 그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가에 대해 이야기 하며 인천연합에 대한 약간의 옹호 발언을 하다가 저 이야기를 들은 거야.

그 순간 정말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어. '아, 얘네들은 참여계를 동등한 파트너 내지는 함께 일할 수 있는 (그들이 좋아하는 단어인) 동지로 보지 않는구나. 멸시하고, 우습게 아는구나. 어떻게 함께 마음을 맞춰 가고 있는 이들에게 저런 말을 할 수가 있지?'

모르겠어. 나에게 참여계는 다 훌륭한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자신들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며 정치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존경하는 언니 오빠고, 친구고, 동생들이었거든. 그런데 그들에게 그런 소리를 들었어.

뭔가 내 지나온 삶이 부정당한 느낌이고, 내 사람들이 모욕을 당한 느낌이라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에 쨍 하고 금이 가 버리고 말았지. 가슴이 무너져내렸어. 순간의 참담함을 뭐라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지.

통합진보당 사태를 겪으며 정의당으로 합류했던 참여계들은 대부분 이런 마음이었을거야.

'이 당이 마지막이다. 정치 개혁, 정당 개혁을 외치던 우리의 뜻은 사라지지 않는다. 끝까지 함께 해 보자.' (뭔가 많이 미화시켰지만;; 뭐 대충 이렇지 않았을까? 물론 유시민 따라 그냥 들어온 사람들도 있었을 거고, 잇힝!)

통진당 때 우리 얼마나 힘들었어? 엄청난 정신적 데미지를 안고도 정치 한 번 바꿔보겠다고 모인 곳이 정의당이었잖아. 그래서 나도 정말 열심히 했다. 지난 4년의 시간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했어. 그런데 돌아오는 말들은 다 저런 말들이더라고.

"참여계, 니네 창녀 짓 했잖아."

이 말이 나의 마지노선이었어. 그 전부터 노무현, 유시민에 대해 내뱉는 몹쓸 말들을 들어왔기에 내 마음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었어. 이 사건 이후로 나는 진보라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닫았어. 완전히.

물론 나도 참고만 있지는 않았다. 나를 욕했다면.. 아마 참았을 거야. 그런데 참여계라는 것은 나에게 그냥 참고만 있을 수는 없는 무언가니까.

"창녀 짓이요? 저는 성남이라는 지역에서 좋은 참여계 분들과만 열심히 활동했던 사람이라 그게 어떤 짓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런 말을 들을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심지어 당신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해요? 참여계가 창녀 짓 했으면 당신들이 한 짓은 뭔데요? 내가 지금 통합연대에게 이런 말을 들어야 해요? 뭔지 모르겠지만 그 창녀 짓이라는 거 똑같이 하고 여기까지 온 거 아니세요?"

물론 술자리 분위기는 급 냉각됐지. 어른들 앞에서 몹쓸 말을 한 것은 죄송스러우나 나는 내가 한 말에 대해 후회하지 않아.

그날 이후로 나는 연구소 회식이 있어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날이 아니면 술자리에 가 본적이 없다. 가자, 가자 해도 안 갔어. 그들은 거의 매일 술을 마시는데 나는 누구들처럼 놀고 먹지 않아서 일도 많았고, 그 시간에 남산 독일문화원을 다니며 독일어 공부하고, 노동법 공부하고, 책을 읽었다. 아니면 몸이 많이 상해 있을 때라서 잠을 자거나. 왜냐면 가면 듣는 말들은 다 비슷하거든.

어차피 술자리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 이야기 해볼까? 한 번은 이런 말도 들었지.

한 당직자가 본인이 참여정부 때 모 장관 후보를 낙마시켰다는 거야. 막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더라고. 내.앞.에.서. 그 날도 참여계는 나 하나 밖에 없었다. 여튼 어쩜 그렇게 노무현 욕할 때는 신이 나는지. 일일이 싸우기도 뭐하고 나도 그냥 농담으로 받아쳤어. "뭐에요? 노무현 괴롭힌 사람이라고요? 그 때 좀 살살 하지 그랬어요." 웃으며 농담 삼아 말했어. 그랬더니 정색하면서 "그런 사람은 장관하면 안 돼." 하더니 참여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대해 한참을 또 이야기하더라. 자기들끼리 신났어.

나는 그렇게 생각해. 노무현이 다 잘한 것도 아니고 비판 받을 부분이 있으면 비판 받는 게 맞지. 특히 인사문제 같이 중요한 부분은 더더욱. 그래서 가만히 듣고 있었지. 한참 이야기 하다가 한 사람이 질문을 던지더라고 "근데 우리가 집권하면 낙하산 인사 안 할까?" 그러자 옆에 있던 사람의 한 마디. "우리는 해야지."

이건 뭘까? 이들의 정신세계는 어디를 유영하고 있는 것일까? 노무현의 낙하산 인사를 비난하던 이들은 당에서 매우 청렴하게 인사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을까? 일단 노무현의 낙하산 인사를 막았다는 이부터가 먼저 낙하산이라는 것을 밝히며, 매우 심각한 정의당 내 인사문제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이야기 하는 걸로.

또라이 총량의 법칙이 있는 거 알지? 이 또라이 가면 저 또라이 오고, 어느 조직이든 또라이는 일정수를 유지해. 그렇기에 내가 아는 참여계 중에도 분명 '또라이'는 있고, 눈 꼴 사나운 사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야. 그런데 우리끼리도 대놓고 무시하고, 저주하고, 비웃을 필요는 없잖아.

그래서 내 결론이 뭐냐고? 정의당 떠나 문재인 캠프로 들어간 사람들 욕하지 말라고. 이런 환경에서 정치 한 번 해보겠다고 나서다 몸 망가지고, 돈 잃고, 정신피폐해진 사람들이라고. 

그들이 일선에서 뭐라도 해보겠다고 할 때 솔직히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뒤에서 손가락질들이나 해댄 거 사실이잖아. 옛말에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고 했는데 말야. 그냥 그만들 비난하고 그들 갈 길 축복해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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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얼마 전 내가 창녀 소리 어쩌구 운운해서 몇몇 페친이 페삭을 했는데 내가 어떤 분께 저런 험상궂은 말을 했다고 생각해 페삭하신 모양이야. 솔직히 좀 섭섭했다. 아무렴 내가 저런 말을 직접 대놓고 할 사람으로 보여? 솔직히 뒤에서도 저런 표현은 안 써. 너무 저렴한 표현이고, 어떤 이의 직업에 대한 모독이잖아. 내 입에서 나오는 욕이라고는 'ㅆㅂ', '조카크레파스 십팔 색깔들아'정도가 다야. 그것도 페북에서나 쓰지, 실생활에서는 안 쓰고. 그냥 나한테 "너 나에게 어쩜 그런 나쁜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니?"라고 물어봤다면 "언니에게 한 말이 아니에요."하고 상황 설명을 해줬을 텐데 아무 말 없이 페삭하는 거 보고 우리 인연이 이 정도인가보다 했다. 그래서 뭐 변명도 해명도 안 했어.

이게 그 '창녀 사건'의 전말이야.(아무 말 안 하고 싶었는데 누가 물어보길래 얘기하는 거임.)


··········


내가 정의당에서 일할 때 말야. 당사에서 두 번 운적이 있거든. 그것도 남들 앞에서. 부끄럽게시로;; 

첫번째는 물론 유시민의 느닷없는 은퇴 선언과 노회찬 의원 자격 상실이 겹친 날이었고, 두번째는 이 기사에 나오는 고 김대중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 때문이었어.

2013년 8월 어느날이었어. 중앙당에서 회의를 하다가 당내 일정 중 당대표 일정을 보고 있었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식에 천호선 대표가 참석한다고 되어 있더라고. 난 뭐 당연한 일정이라 무심히 넘겼어. 호오를 떠나 공당의 대표로서, 심지어 당시 대표가 참여정부에서 일했던 천호선이니 갈 수 있는 거잖아.

그 때 이런 말을 들었지.

"그 사람이 과가 얼마나 많은 사람인데 그런 사람 추모식까지 우리가 참석해야 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전까지 쭉 받아왔던 노무현, 유시민에 대한 비하에 저 말이 겹치니 더 이상 나는 이 일상적 모욕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였어. 오죽하면 아직까지 저 말을 내가 토씨 하나 안 틀리게 기억한다.

회의 테이블을 꽝 내리치며 나는 이렇게 말했지. 

"그럼 민주정부 10년을 연 분이고, 일생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신 분인데 추모식도 못 갑니까?"

고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내 감정을 떠나 정말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더라. 물론 회의는 잠시 정회되었고, 나는 그대로 달려나가 다른 당직자 앞에서 울먹이며 상황 이야기를 했지. 그 전까지 들어온 말들이 쌓이고 쌓여서 너무 속상했거든.

그런데 심상정이 DJ 얘기를 저런 식으로 한다. DJ, 노무현, 유시민, 참여계에 대해 들었던 비하들이 아직 그대로 내 가슴에 차곡차곡 쌓여있는데..

그냥 DJ든, 노무현이든 입에 올리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상황에 따라 본인들 필요할 때마다 함부로 가져다 쓰지 말란 말이야.


··········



··········


리얼뉴스: 

1. 당원이 바라본 정의당의 ‘짓밟힌 당내 민주주의

2. 정의당 ‘메갈리아 사태’로 어떻게 무너졌나.

3. 정의당, ‘그들만의 진보정당’은 무한 반복된다.


Sangwook Hong 페이스북: 

2012년 심상정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고 내 기억에서 지웠던 일.


오유: 

적폐는 '오른쪽'에만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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