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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로화 10년 - 성공과 남겨진 문제들

by 성공의문 2008. 12. 12.


유로화(貨)가 내년 1월로 출범 10주년을 맞는다.

유로화 체제는 1999년 출범 후 미 달러화에 필적하는 글로벌 기축통화로 자리를 잡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유로화 출범 10년, 흡족해 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제목의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유로화 출범이 유럽 경제에 미친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심층 분석했다.

유로화는 1999년 1월부터 독일·프랑스·스페인 등 유럽 11개국에서 공식 통화로 채택됐다. 초기엔 은행 계좌이체 등 비(非)현금 거래에서만 적용되다가 2002년부터 실제 현금으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10년이 지난 현재 유로화 채택 국가(유로존)는 15개국, 총 사용인구는 3억2000만명으로 늘어났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유로화 채권 발행 잔액은 6조달러에 달해 4조달러 수준인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 또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28%를 차지하며, 미 달러화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로화라는 단일통화체제 관리자인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0년간 물가상승률을 연 2% 이내로 관리함으로써 EU회원국의 '안정 성장'을 뒷받침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단일통화체제는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회원국들이 외부 변수에 휘둘리지 않고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유지하게 하는 데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EU의 싱크탱크인 유럽정책센터의 정책분석가 파비안 줄리그(Zuleeg)는 "단일통화시스템이 없었다면 유럽 경제위기는 훨씬 심각한 양상을 띠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각 회원국의 경제 사정을 감안할 수 없는 ECB의 단일 금리정책은 적지 않은 부작용도 낳고 있다. 과거 고금리 국가였던 스페인의 경우 유로존 편입 후 저금리정책이 시행되면서 과잉 유동성에 의한 부동산 버블 현상이 발생,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또 이탈리아의 경우 과거엔 리라화 평가 절하를 통한 수출경쟁력 제고 정책으로 다른 유럽국가와 경쟁할 수 있었지만, 유로화 채택 이후엔 이런 정책이 불가능해져 '유럽의 병자'로 전락했다.

WSJ는 정치와 경제 간 시스템 불일치 문제는 여전히 EU의 치명적 약점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금리정책의 후유증을 완화하기 위해 재정정책을 보조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유럽의 경우 재정정책은 각 나라에 맡겨져 있어 상호 보완이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조선일보파리김홍수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