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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에디슨 뮤직 어워드 - 평생공로상에 미국 가수 '알 재로' Al Jarreau

by 성공의문 2008. 12. 2.


11월 28일, 네덜란드의 아인트호벤(Eindhoven)에서 '에디슨 뮤직 어워드(Edison Music Awards)'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미국 출신 가수 알 재로(Al Jarreau)가 평생공로상(Life Time Achievement Award)을 수상했다. 

알 자로 (Al Jarreau)
출생 - 1940년 4월 12일
출신지 - 미국
직업 - 외국가수
데뷔 - 1965년 1집 'We Got By'
수상 - 그래미상 재즈, R&B, 팝부문

Tenderness [1994]


내가 알 재로를 처음 본 것은 몇년전 수요 예술무대에서였다. 당시 첫 내한을 하면서 홍보겸 이런 음악 프로그램에도 출연을 했던거 같은데, 그때 본 알재로의 공연은 말 그대로 충격에 가까웠다. 내 주변에서 밴드 보컬하는 친구들은 조금이라도 높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 고음을 내고, 또 가요 프로그램에서 여러 가수들이 되도 않는 바이브레이션과 기교를 섞어가며 한국형 R&B랍시고 소몰이 노래를 선보이는 모습에 비하면 늦은 시각 TV로 본 알 재로의 라이브는 노래를 한다기 보다는 차라리 하나의 악기를 연주하는 거 같았기 때문이다.

정감가는 외모와는 달리 마치 무림의 고수에게서나 볼 수 있을듯한 아우라와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내공.
그의 노래 실력은 내가 감히 '잘하고 못하고'를 가늠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던거 같다.  

조지 벤슨과 알 재로

최고의 연주자들과 명곡의 조화 <Tenderness>

보통 탑 레벨의 가수라도 재즈면 재즈, R&B면 R&B 이렇게 한 분야에서도 보컬리스트로서 그래미 상을 수상하기 힘든데, 알재로는 재즈와 팝 분야에서는 물론 Best R&B 보컬 상까지 받게 되면서 3개 부분에서 모두 그래미상을 수상한 유일무이한 가수로 남아있다.

그의 마스터피스는 일반적으로 전성기에 나온 76년작 <Breakin' Away>가 꼽히는데 이 작품을 먼저 소개하는 이유는 얼마전에 조지벤슨과 함께 했던 알재로의 내한 공연을 못 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그의 라이브가 알재로의 진가를 느끼기에 더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Tenderness> 앨범은 공연을 통해 녹음한 라이브 앨범이 아닌 스튜디오에 그의 팬들을 초대해서 녹음한 앨범이다(1993년 5월 13일, 20일 LA Sir Film Stage와 같은해 12월 21일 뉴욕 Hit Factory에서 녹음한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정확하게 아시는 분은 제보 바람). 이 작품은 라이브 형태로 녹음되었지만 동시에 스튜디오 앨범이기 때문에 특히나 완성도가 높으며 스튜디오 앨범과 라이브 앨범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앨범의 프로듀서는 재즈사에서 베이스기타하면 자코 파스트리우스와 함께 가장 먼저 언급되는 '거장' 마커스 밀러(Marcus Miller). 그 외에도 신서사이저에는 제이슨 마일스와 드러머 스티브 갯(Steve Gadd) 일렉 기타와 어쿠스틱 기타는 에릭 게일(Eric Gale), 오르간의 닐 라센 (Neil Larsen)이나 색소포니스트 David Sanborn(데이빗 샌본), 트럼펫 연주자 마이클 패치 스튜어트 (Michael "Patches" Stewart) 등 최고의 연주자들이 <Tenderness>을 빛냈다.

보통 이런 종류의 앨범의 질을 결정하는것은 프로듀서와 가수, 그리고 세션으로 참여한 연주자들이겠지만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바로 선곡이다. 알 재로는 자신의 히트곡도 많지만 이 앨범에서는 자신의 곡들 보다도 여러 거장들의 마스터피스를 메인으로 내세웠는데, 조지벤의 명곡인 'Mas que nada'와 엘튼존의 'Your Song', 비틀즈의 'She's Leaving Home'는 물론, 이제 거의 클래식 반열에 오른 조지 거쉬인의 'Summertime'과 사운드 오브 뮤직의 'My favorite thing'까지도 포함시켜 놓았다.


곡 소개

앨범 전체를 하나하나 다 설명할 필요는 없을꺼 같고 인상깊게 들은곡을 위주로 소개할까 한다. 일반적으로 첫곡만큼 그 앨범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곡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명곡들에 앞서 포문을 열고 있는 곡은 특유의 흥겨움이 넘치는 조지벤의 명곡 'Mas que nada'이다. 이 노래는 알 자로의 스캣 능력은 물론 그의 곡 해석력을 비롯한 음악적 재능이 가장 잘 발휘된 곡으로,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세르지오 멘데스의 리메이크나 심지어 조지 벤의 원곡 보다도 더 훌륭한 최고의 'Mas que nada' 라고 평가된다.

알 재로 버전은 다른 버전들과 달리 게스트로 참여한, 현재 크루세이더스(the Jazz Crusaders) 멤버인 조 샘플(Joe Sample)의 차갑지만 경쾌한 피아노 연주와 마커스 밀러의 베이스 연주의 비중을 높이며 그루브를 극대화 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클라이맥스에 두왑(Doo-wop)이후 이어지는 알 재로의 '가글 스캣'은 이 곡의 백미.

두번째 곡인 'Try a Little Tenderness'을 지나 흐르는 곡은 엘튼 존 최고의 명곡 'Your Song'이다. 피아노 연주뒤에 알재로의 구수한 허밍이 이어지며 노래가 전개되는데, 일반적인 발라드 곡이라면 1절을 마치고나서 간주부분에서 '일렉 기타가 나오겠네' 하는 부분에서 알재로는 놀랍게도 자신이 직접 목소리로 일렉 기타를 흉내낸다. 이 노래에서 그의 일렉(?)과 제이슨 마일즈의 신서사이저 연주가 오가는 부분은 정말 압권이다.

'Your Song'은 리메이크는 물론 다른 가수들의 공연에서도 심심치 않게 불리는 곡이지만, 알재로의 버전은 다른 가수들과는 다른 '해학'과 재즈음악의 특징인 '즉흥성'이 잘 살아있다. 알재로는 이 곡에서 가사의 음절 단위를 무시하면서 이 심각한 러브송을 상당히 유머러스 하게 해석해냈는데, 아마 그의 버전만큼 독특한 해석은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노래를 모르시는 분은 정 궁금하시다면 엘튼 존의 원곡을 한번 들어보시고 꼭 비교해 보셨으면 한다.)    

'Your Song'의 감흥을 이어가는 곡은 극적인 전개가 돋보이는, 두말이 필요없는 명곡 'My favorite thing'. 이 노래에선 알재로 만큼이나 여러차례 그래미상을 수상한 오페라 가수 캐서린 배틀(Kathleen Battle)이 듀엣으로 참여했는데, 서정적이며 아름다운 그녀의 소프라노 목소리가 구수한 알 재로의 목소리와도 의외로 앙상블이 좋다는게 놀랍다. 'My favorite thing'에서는 캐서린 배틀 외에도 색소포니스트 마이클 베커 (Michael Becker)가 테너 섹소폰으로 참여했다.

원곡과는 다른 차분한 분위기와 백 그라운드 보컬과의 조화가 인상적인 'She's Leaving Home'을 지나 흐르는 노래는 거쉬윈의 대표곡으로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한 'Summertime'. 이 곡에는 첫곡인 'Mas que nada' 만큼이나 많은 게스트들이 참여했는데, 그것보다 더 귀 기울여 봐야하는 것은 후반부의 알재로의 보컬이다. 사실 재즈 음악에서 보컬은 하나의 악기나 다름없는데 'Summertime'은 그의 보컬과 다른 악기들간의 조화가 가장 이상적으로 이루어진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능수능란한 스캣실력으로 곡 전체를 장식하는 노래인 'You Don't See Me' 역시 놓치기 힘든 트랙이다. 보통 알 재로는 자신의 노래실력을 크게 과시하는 법이 없지만 이 곡에서만큼은 두왑과 허밍 그리고 스캣을 자유자재로 버무려 비트 박스에 가까운 스캣을 선보이고 있다. 내 생각에 알 재로는 스캣만 놓고 본다면 사라본이나 엘라 핏제랄드가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의 내공을 가졌다.
 
위에 소개한 곡들을 제외하면 'Tenderness'는 전체적으로 앨범 제목처럼 다정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곡들이 많다. 앨범 타이틀인 'Try a Little Tenderness'와 알 재로의 데뷔작에 실린 히트곡 'We Got By', 그리고 앨범에서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를 자랑하는 'Wait For The Magic'와 마지막곡 'Go Away Little Girl'는 그에 대한 대표적인 예다. 특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발라드 'Wait For The Magic'는 요즘같이 선선한 떄 듣기에 좋은듯.


알 재로 최고의 라이브

논어에 보면 이런말이 있다.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락지자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즉,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보다 못하다" 는 뜻이다. 알 재로의 라이브를 보면 그는 노래를 부른다기 보다는 목소리를 이용해 악기를 연주하며 노는 듯한 느낌이 들때가 많다. 공자의 말에 비추어 볼 때 아마 알 재로는 가창에 대해 잘 알고 있는것은 물론, 노래하는걸 정말 좋아하는데다 즐기기까지하는 천재에 해당될 것이다.

물론 그가 높게 평가받는 것은 음향효과(?)에 가까운 화려한 스캣과 놀라운 노래 실력을 가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아무 노래나 알 재로만의 방식으로 잘 부를 정도로 탁월한 곡 해석력과 함께 싱어송 라이터로도 높게 평가받을 정도로 또한 훌륭한 작곡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아마 그가 기상천외한 스캣과 노래실력뿐이었다면 그렇게 여러 장르의 음악을 모두 훌륭하게 소화해내진 못했을 것이다.

<Tenderness> 는 알재로의 보컬 능력을 비롯한 음악적 기량을 맘껏 발휘된 앨범이며 그가 얼마나 위대한 아티스트인지 단번에 알 수 있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그 많은 알재로의 디스코그라피 중에서도, 심지어는 그의 최고작인 'Breakin' Away' 보다도 먼저 들어볼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Tenderness>는 알 재로 최고의 라이브 앨범이며, 동시에 가장 완성도 높은 스튜디오 앨범인 셈이다.


Al Jarreau / Mas Que Nada (Live)
Al Jarreau / Your Song (Live)



[앨범 리뷰] 조지 벤슨 & 알 자로 ‘ 기빙 잇 업 ’


아이들은 종종 '마징가Z와 태권V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질문을 떠올리곤 하지만, 음악 세계에 싸움은 없다. 아예 안 만나거나, 만나서 좋은 음악을 만들 뿐이다. 최근 팻 메스니브래드 멜다우가 듀엣 음반을 낸데 이어, 조지 벤슨과 알 자로도 함께 작업한 결과물 '기빙 잇 업(Givin' it up)'을 발표했다.

기타리스트 조지 벤슨은 블루스에 기반한 감칠맛 나는 연주로 사랑받아왔다. 무대 위에서는 특유의 반짝이 의상으로 관객의 눈을 즐겁게하며, 'This Masquerade'의 농익은 보컬리스트로도 유명하다. 보컬리스트 알 자로는 그래미상 5회 수상 경력을 가졌고, 화려하면서도 적절한 스캣(가사 대신 뜻없는 소리로 노래하는 창법)으로 팝, 재즈, 알앤비를 오가는 보컬을 들려줘왔다. 대중들이 부담없이 들을 수 있으면서도 음악적 성취도도 높은 곡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둘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음반 시작부터 둘은 사이좋게 서로의 대표곡을 바꿔 연주한다. 조지 벤슨의 '브리징(Breezin')'을 알 자로는 특유의 스캣으로 재해석했다. 알 자로의 '모닝(Mourin')'은 조지 벤슨의 버터바른 프라이팬처럼 매끈한 연주로 다시 태어났다.

40년 가까운 경력의 뮤지션들답게 화려한 조력자들도 눈에 띈다. 폴 매카트니가 '브링 잇 홈 투 미(Bring it home to me)'를 함께 노래했고, 베이시스트 스탠리 클락은 마일스 데이비스 원곡인 '포(Four)'를 위해 연주했다. 베이시스트 마커스 밀러도 자작곡 '롱 컴 투투(Long come Tutu)'에서 조지 벤슨의 기타, 허비 행콕의 피아노와 호흡을 맞춘다.

물론 이 노장들에게 새로운 음악적 경지를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건 무리다. 하지만 자신을 무리하게 내세우지 않는 하모니를 통해 대중들이 즐거워할 만한 음악을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